[인터뷰] 탑, 덜덜 떠는 입술로 한 말은 #빅뱅 #은퇴 #‘오겜2’ 발연기 (original) (raw)

가수 겸 배우 탑, 사진제공|더 씨드

가수 겸 배우 탑, 사진제공|더 씨드

입술이 덜덜 떨렸다. 11년만에 취재진 앞에 서는 거라며 좀처럼 자리에도 앉지 못했다. 지나간 과오가 너무나도 후회스럽다며 빅뱅 부정, 은퇴 선언, 발연기 등 모든 논란에 솔직하게 답한, 그룹 빅뱅 출신 가수 겸 배우 탑(최승현)이다.

“빅뱅 출신을 부정한 건 아니에요. 솔직히 말하자면 저란 사람이 빅뱅이란 팀과 전 회사에 저지른 과오가 있잖아요. 너무나도 큰 피해를 준 사람이에요. 수년 전부터 소속사와 멤버들에게 더 이상 피해를 줄 수 없다는 마음으로 팀을 떠나겠다는 말을 해왔고요. 제가 피해준 팀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제 과오에 대한 꼬리표가 멤버들에게 붙는 것이 면목이 없고요. 스스로 괴로움이 커서 떠나겠다고 말하는 게 오래됐어요. 재결합을 원하는 팬들 글을 볼 때 저조차도 가슴이 아팠고요. 멤버들의 사진을 보면 헤어진 가족 사진을 보는 것과 비슷한 아픔이 느껴져요. 당사자가 아니면 그 아픔과 고통을 이루 말할 수 없는데요. 그래서 빅뱅 출신을 부정한 게 아니라 그런 방법을 택한 거죠. 경솔한 건 맞지만 제 뜻은 그런 게 아니에요.”

탑은 1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취재진의 날 선 질문에 모두 답했다.

가수 겸 배우 탑, 사진제공|더 씨드

가수 겸 배우 탑, 사진제공|더 씨드

■“SNS서 은퇴선언, 반성하고 부끄러워”

그는 2016년 자택에서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자신의 범죄를 비판하는 글에 “한국에서 컴백할 생각이 없다”라고 설전을 벌였고, 빅뱅에서도 탈퇴하며 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OTT플랫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2’에 캐스팅 되며 은퇴 번복 논란에 또 한 번 휩싸였다.

‘오징어 게임2’ 속 탑.

‘오징어 게임2’ 속 탑.

“제 과오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가족들에게 너무 큰 상처를 준 것 같아요. 20대에 너무나도 찬란한 영광을 누리고 과분한 사랑을 받았지만 제 추락과 몰락 과정 또한 제가 한번도 가본 적 없었던 길이었기 때문에 어두운 시간을 보냈어요. 당시엔 무너져 있었고 일어설 힘이 없어서 모든 걸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했고요. 그런 와중에 컴백을 기다리는 팬들의 글을 보면 가슴이 아팠고, 소통 창구가 SNS밖에 없어서 판단력 없이 어리석게 (은퇴란 말을)내뱉은 거예요. 반성하고 있고 부끄럽습니다. 당시엔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혹시나 ‘오징어 게임’ 인기에 기대어 복귀를 꿈꾼 것일까.

“아니오. 오히려 ‘오징어 게임’이란 콘텐츠 자체가 부담이었어요. 조심스러웠고 고민도 컸고요. 또 타노스 역이 약쟁이 래퍼라 제 부끄러운 과거와 직면해야하는 캐릭터여서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운명적으로 내게 온 캐릭터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오디션에 응했어요. 10년 동안 아무도 나란 사람을 쳐다봐주지 않던 시기에 유일하게 손 내밀어준 게 황동혁 감독이기도 했고요. 감독이 제게 준 용기와 믿음에 저 또한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그룹 빅뱅 출신 가수 겸 배우 탑.

그룹 빅뱅 출신 가수 겸 배우 탑.

■“이정재·이병헌이 내 캐스팅 관여? 절대 아냐…송구스러워요”

항간에는 과거 친분이 있던 이정재, 이병헌이 탑의 ‘오징어 게임2’ 캐스팅을 도와준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절대 아니에요. 대선배들의 이름이 그렇게 거론된 것에 대해서도 송구스러울 뿐이고요. 캐스팅 된 후 엄청 논란이 일었을 때에도 저 역시 무너질 것 같은 심경이었고, ‘하차할까’ 생각도 했지만 ‘타노스’란 캐릭터를 감독, 제작진과 열심히 만들어놓은 시간이 있는데 그 믿음에 보답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연기력 논란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답했다.

“그런 혹평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내외 호평과 혹평을 모두 모니터링하면서 참고하려고 합니다. 그걸 발판 삼아서 더 발전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그는 앞으로 활동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앞으로 논란 같은 건 일으키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단다.

“제 입으로 그런 말 하는 것 자체가 경솔해보이긴 하지만, 이 인터뷰를 통해 저도 허심탄회하게 말하고 싶었어요. 힘들 때마다 음악 작업이 저에겐 유일한 힐링이었고 그렇게 쌓인 곡들이 굉장히 많은데요. 기회가 된다면 그 음악들을 상처받은 팬들에게 꼭 들려주고 위로하고 싶습니다. 그게 제 책임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인터뷰

그도 벌써 30대 중반을 넘어섰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 물었더니 평범한 사람이라고 답했다.

“제게 30대는 정말 잃어버린 시간이었어요. 그동안 수치심 속에서 뼈저리게 반성했고, 음악을 만들면서 치유 받았고요. 그 음악을 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바람 하나 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평범한 청년으로서 누구보다도 건실하게 살고 싶어요. 아침에 일어났을 때 포털사이트에 제 나쁜 기사가 나지 않고 하루하루가 불안하지 않는, 그런 안정적인 탑이 되고 싶습니다.”